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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세상을 담은 산
  • 입상자명 : 서 주 아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내가 생각하는 산이란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다. 모든 것이 산으로부터 태어난다. 아침의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태어나는 작은 새싹과 보는 눈까지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신선한 공기, 초록빛의 아름다운 색을 영원히 내뿜을 것 같은 푸른 나무…. 이 모든 것들이 산에서부터 나온다. 그곳에 사는 작은 곤충들과 동물들에게 산은 고향이자 안식처이다. 산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이다. 그 때에도 지금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중3인 또래들과 똑같이 어떤 고등학교를 갈지, 내 꿈이 무엇인지, 성적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나만의 생각에 깊게 잠기곤 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중3 여름방학을 맞던 날 부모님께서 내게 산에 가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 산까지 가면 너무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에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우리 가족 넷이서 광덕산에 가게 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갔을 때는 피곤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산에 오르기 위한 첫발을 내디딜 때는 불만만 많고 산에 오르기 싫어하던 내게 작은 변화가 오게 될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간 광덕산은 아주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본 산 중에선 가파르고 오르기 힘든 산이었다. 처음 산에 오를 때는 이왕 온 거 운동이나 하고 가자란 생각뿐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억척스럽게 오르던 나는 조금씩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상쾌하고 맑은 공기가 막혀 있던 가슴속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어와 탁했던 머릿속까지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조금씩 내 눈에 너무나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 있었고, 등산로의 고운 흙들이 폭신한 카펫이 깔려 있는 느낌을 주었다. 새벽이어서 아직은 수분을 머금은 촉촉한 공기가 내 뺨에 시원하게 와 닿았다. 산을 오르며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산은 내게 삶의 여유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산 중턱을 넘어섰을즈음에는 따뜻한 햇살이 나뭇잎들 사이로 비추어졌다. 여름이어서 매우 더울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산은 오히려 더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왔다. 올라가면서 신기하게 생긴 곤충도 보고 앙증맞고 귀여운 꽃들도 보았다. 한껏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아스팔트와 먼지와 매연이 휘날리던 곳에 있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는 산에 오니 내가 지금까지 삶에 대해 해왔던 고민이 한 번에 풀리는 듯했다. 자연을 감상하면서 산을 오르니 어느덧 정상에 올라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은 산을 오르며 흘린 땀들을 식혀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오른 후의 성취감은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버지는 정상에서 내게 말해주셨다. 사람이 사는 것도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고, 오를 때는 모두가 힘들지만 오르고 나면 내게 휴식을 줄 내리막길이 있듯이 내가 하는 공부도 지금은 힘들겠지만 크고 나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만약 그 말을 집에서 들었다면 별 뜻 없이 받아들였겠지만 직접 산에 오르고 나서 들으니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오를 때 힘들고 무거웠던 발걸음은 어디로 갔는지 오히려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조급했던 마음은 없어지고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산에 있는 작은 냇가에 들렀다. 그곳에 발을 담갔는데 뼛속까지 시리도록 시원한 물이었다. 맑게 흐르는 물이 내 마음속까지 흘러들어왔다.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산에서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산은 내게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내가 고민하고 찾고 있던 삶이 산에 다 들어 있었다.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최고의 스승인 산을 두고 다른 곳에서 허덕이고 있었던 내가 바보처럼 여겨졌다.
산은 내게 있어서 둘도 없는 삶의 스승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내가 늙어서 죽고 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 그 다음다음 세대에도 산은 인간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 줄 것이다. 이렇게 산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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