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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우리와 함께하는 산
  • 입상자명 : 이 자 경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고등학교 2학년. 이제 곧 3학년이 되는 나와 친구들은 여름휴가를 에어컨이 나오는 학원에서 보내고 있었다.
에어컨바람에 질려갈 때쯤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야, 우리 관악산 갈래?”
“학원은….”
그 말을 듣고 나와 나머지 친구들은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하루쯤 학원을 벗어나 신나게 놀아 보고 싶은 마음에 관악산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후 내일 놀러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일 엄마에게 뭐라고 말하고 학원에는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 고민 끝에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엄마, 나 내일 친구들이랑 관악산 가서 놀다올게.”
“안돼! 내일 너 학원가는 날이잖아!”
역시 내 예상대로 엄마는 반대하셨다. 하지만 그날 밤 안마도 하고 설거지까지 해가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신 후 엄마는 허락해 주셨고 학원에도 전화해 주셨다. 이렇게 어렵게 허락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관악산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여분의 옷과 간식거리를 사들고 들뜬 마음으로 관악산 앞으로 갔고 친구들과 나는 들뜬 마음으로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자주 오던 관악산이었는데 어릴 때는 산 오르는 게 너무 힘들고 귀찮았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입시에 바빠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와서인지 친구들과 함께 올라가서인지 힘든지도 모르고 산을 올랐다. 우리 옆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도 있었고 무거워 보이는 등산가방을 메고 올라가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셨다. 모두들 산에 오르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이렇게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지쳐갈 때쯤 옆에 계곡이 보였다. 친구들과 나는 소리를 지르며 모두 그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들어가자마자 물싸움을 하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학원이었다면 옷에 조금만 물을 튀겼어도 째려보았을 텐데 그 날만큼은 산에 올라가면서 온몸이 땀에 젖어도 짜증 한번 내지 않았고 계곡에서도 속옷까지 옷에 젖었지만 아무도 화내지 않았다. 한참을 놀다가 우린 큰 바위 위에 앉아 각자 싸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는 우리가 귀여웠는지 수박도 같이 먹으라며 우리에게 수박을 가져다주시면서 우리 단체 사진도 찍어주셨다.
물에 젖어 축 처진 머리와 옷 때문에 우리 모습은 웃겼다. 학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관악산에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흠뻑 젖은 채로 산을 내려오면서 친구들과 나는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멋진 사람이 되어 다시 찾아오자고 약속했다.
다음날 선생님들은 그 시간에 단어라도 한 개 더 외우고 수학문제를 더 풀지 대학가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왜 지금 하냐고 하셨다. 하지만 난 그 날 관악산에서 영어 녹음테이프 대신에 산새소리를 듣고 에어컨 바람 대신 시원한 자연 바람을 쐬면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각자의 책만 보던 친구들의 따뜻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고 새로운 다짐도 할 수 있었다. 또 내 것만 챙기던 나에게 웃으며 수박을 주시던 아주머니께 남에게 베푸는 법을 배웠다. 또 산을 오르며 힘든 것을 참는 법을 배웠고 친구의 손을 잡아주며 친구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도 배울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놀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간 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아마도 대학에 가서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숙제를 2배로 해야 했지만 관악산을 갔다온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그 후로 자주는 못 가지만 시간이 되면 아빠와 함께 가까운 산을 찾곤 한다. 산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산마다 우는 새의 소리가 다르고 나무들도 다르고 바람도 다르지만 물을 나눠 마시는 정겨움, 먼저 올라가 손을 잡아주는 따뜻함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산은 지루한 일상생활 속에서 지친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는 곳이었다. 때론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견학 온 학생들의 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산은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모두를 담고 있었고 우리와 함께 소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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