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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기억 속의 자연
  • 입상자명 : 공 미 래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그 산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우리 반은 조별로 앉았었는데 착한 일이나, 발표를 할 때마다 각 조에 그것을 증명해 주는 스티커를 붙였다.
“자, 제일 많이 모은 조는 선생님과 방학 때 놀러갈 거예요.”
담임선생님의 별명은 ‘자연인’이셨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여기저기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과 머리칼을 소유하고 계셨고, 집은 산속이며 컴퓨터는 물론 텔레비전도 없으시다고 하셨다. “그럼 집에 뭐 있으세요?”라고 하면 항상 말씀하셨다.
“책과 자연….”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없이 살 수 있을까?’ 친구들과 나는 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항상 말해 왔다.
계절은 겨울이 되고 드디어 방학이 왔다. 스티커의 결말은 우리 조가 발탁됐고 놀러갈 생각에 그 전날 밤은 한숨도 못 잤던 걸로 기억된다.
‘어딜 가는 걸까? 놀이동산? 동물원?’
우리는 버스를 탔다. 꽤나 오랜 시간 버스가 달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조는 5명 정도였는데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께선 가던 도중 만두를 사셨다.
“선생님, 그 만두는 뭐예요?”
선생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만두를 고이고이 가방 속에 넣으셨다.
도착한 곳은 산이었다. 우리들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생님과 잘 아는 안내자께서 오셨는데 그분의 설명을 우리는 하나도 듣지 않고 그저 입만 삐죽이 내밀고 있었다.생각해 보면 정말 후회가 된다.
드디어 등산이 시작됐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날씨는 분명 추웠는데 하나도 춥지 않았다. 오히려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왔던 산길이라 질퍽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산은 가파른 산이었다. 네 발로 기어갈 산길도 있어 우리들은 정말 힘들어했다. 주위는 온통 초록색이었다. 아직 완전히 겨울이 도착하지 않아 나무들은 아직도 새파랬다. 숲냄새가 물씬 풍겼다. 숲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었다. 학교 뒤에 있는 산도 그때는 정말 힘겹게 힘겹게 올랐었는데 이렇게 큰 산을 오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중간쯤 왔을까. 높은 곳에 자리잡은 절이 보였다. 스님 한 분이 우릴 보고 반겨주셨다. 우리들은 허겁지겁 올라가 절에 있는 물을 바가지로 마구마구 퍼 마셨다.
물은 위쪽만 살짝 떠서 마시라는 선생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갈증과 피로에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렇게 물이 맛있는 줄은 몰랐다. 아마 자연의 물이라는 걸 그때 처음 마셔본 것 같다. 다 마시고 나서야 물 위에 떠 있는 소금쟁이를 보며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우리들이었지만….
다시금 출발하자는 선생님의 말에 우리들은 짠 것도 아닌데 죽은 척을 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은 올라갈 운명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숲속의 그 절… 다른 절과는 달라보였다. 넓은 것도 아니었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뭐라고 말을 할 순 없지만 뭔가 자연과 정말 조화가 된 절이었던 것 같다.
지치고 괴롭고 힘든 시간도 잠시, 우리들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정상은 바람이 차갑게 불고 있었다. 넓은 평지가 아니었기에 자칫하면 떨어질 수도 있었다.
앙상하고 작은 나뭇가지들이 서로를 연결하며 이어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큰 바위가 있었다. 눈앞에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은 옅은 구름에 가려져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었다. 뜨거웠던 땀방울들은 모두 바람에 날아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리들은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바위 위에 올라가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즐겼다. 선생님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셨다. 만두였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먹어본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날 먹은 만두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맛은 자연이 내게 노력의 대가로 선사해 준 것일 것이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빨랐지만 길은 평탄치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일행에 뒤처져 있었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이내 들리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속도를 내다 그만 진흙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늘을 향해 대자로 누워버렸는데 당황했을 땐 아무 소리도, 냄새도 나지 않았다. 굳어 있는 내가 조금씩 안정을 찾자 귀는 숲속에 귀를 기울였다. 나무는 울창하게 자라 거대하면서 높아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빛나는 하늘은 더욱더 밝게 빛이 났다. 다시금 숲냄새가 진하게 흘렀다. 바람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나무들이 스치는 소리, 솔직히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조금은 무서웠던 풍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만 더 누워 있었으면 나는 자연의 따뜻함에 잠이 들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그 산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처음으로 끈기로 이루어낸 받침이 돼준 그 산이….
그 곳으로 데려가 준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 언젠가 뵐 수 있다면 그 때 그 산의 이름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 날은 태어나 수많은 자연의 글짓기를 해왔지만 처음으로 자연의 신비함과 고마움을 직접 느낀 날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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