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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2011, 두 번째 태양
  • 입상자명 : 강동하
  • 입상회차 : 11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이른 아침, 이제 슬슬 아침 해가 떠오를 기미를 보인다. 사촌동생의 헉헉 거리는 숨소리,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차오른다. 아버지의 재촉하는 소리, “다 왔다, 해 뜨는 거 보고 싶으면 빨리 올라와!” 정말 다 왔는가보다. ‘새해 첫날도 아니고 둘째 날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마음속으로 내심 투정을 부린다.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2011년 1월 2일, 우리 가족과 고모, 삼촌, 사촌동생은 우리 집 뒷산에 일출을 보러 산행을 했다. 난 평소 산을 싫어할뿐더러 귀찮고 힘든 일이라면 질색을 한다. 그래서 전날, 아버지의 “첫째 날은 못 봤더라도 둘째 날은 봐야 하지 않겠나, 동하야.”라는 말에 난 정색을 하며 ”아빠, 제발 좀! 요새 누가 새해 첫날도 아닌 둘째 날에 산에 일출 보러 간다하데?” 솔직히 상상해보라. 새해 첫날, 기분 좋게 새해를 맞으려 하는데 난데없이 내일 일출을 보러 산에 가자니. 게다가 친척들도 모두 연락해 놓아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너무 황당한 마음에 난 성질을 부렸고, 호의로 나에게 권유를 하던 아버지 역시 화가 나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나와 아버지의 사이는 어색해지면서 새해 첫날부터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첫날이 적당히 지나가고 드디어 당일 난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 산에 갈 준비를 하였다. 한겨울 새벽 4시에 산에 올라가본 적이 있는가. 정말 죽을 맛이다. 그 기분은 바람이 칼날 같아서 얼굴이 다 찢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렇지만 6살 사촌동생도 왔고 고모, 삼촌도 와 계신데 안 좋은 모습 보이기 창피하고 싫어서 참고 산행을 시작했다. 잠이 올래야 올 수가 없는 추위에 정신이 바짝 드니 더 짜증이 났다. ‘6살도 올라가는데……. 쪽팔려서 살겠나.’ 하지만 원래 만사가 그렇듯이 시작하기 전에는 당하면 죽을 것 같은데 직면하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 그런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공기도 상쾌하고 페이스도 좋았다. 물론, 이제 와서 좋다 하면 아버지한테 창피해서 도저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심 기분은 좋았다. 아버지 말대로 살살 올라가다보니 춥지도 않고 다리도 아프지 않았다. ‘아, 산을 탄다는 그 기분이 이 기분이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드디어 정상까지 100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럼 4/5분기 정도는 지났으니 얼마 안 남았다라고 생각하고 더 힘을 냈다. 슬슬 동쪽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가자! 해 뜨겠다!” 아버지가 재촉을 하셔서 그 등쌀에 밀려 정말 빨리 가게 되었다. 해가 뜨기 직전에 겨우 도착하여 힘 풀린 다리 때문에 풀썩 주저앉고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확실히 애들은 지칠 줄 모르는지 사촌동생은 힘든 기색 없이 뛰어다닌다. 이마에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에 희열이 들끓었다. 좀 성취감을 느끼며 커피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 사촌동생이 “해! 해 뜬다!”라고 외치자 모든 사람의 이목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항상 보는 해이지만 어찌 그렇게나 틀린지……. 역시 노력 뒤에 따르는 것을 얻을 때 가장 값진 것 같다. 그새 아버지와의 냉전은 떠오르는 해의 뜨뜻한 햇살로 녹아버렸다. 이제 보람을 느끼고 괜찮았다고 아버지께 고백을 할 수 있었다. 아버지도 “이 아빠가 하는 말이 다 맞으니까 아빠 좀 믿고 따라온나.”라고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내려오는 길, 슬슬 진짜 새벽이 아닌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산행을 마치는데 부쩍 아버지와의 관계가 급진전된 기분이 들고 아버지가 편하게 느껴졌다. 이런 걸 보고 부자지간의 정이라고 하는 것인가. 아버지와 더 돈독해진 이 관계가 난 해돋이 보다 훨씬 값진 얻음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말이다. 사실 이번 일출을 보러 가는 계획은 평소 어색한 가족관계가 더 친밀해지는 것을 도모한 아버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 때문에 이 계획을 깬 것 같이 마음이 불편했는데 마지막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난 받아주고 포용해주신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린다. 현재는 정말 잘 지내고 있고 계속 그때의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때 내가 가지 않고 내 맘대로 행동했다면 이런 결과가 없었을 것이다. 역시 어른들의 말은 듣고 볼일이다. 나에게 있어 산은 우리 가족의 화목으로 가는 길, 문이고 소금 같은 존재이다.
이제 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산이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의 행복을 이끌어 주었으니 내가 산을 위하여 노력하고 함께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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