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가던 길.
중턱의 넙적 바위에서
흔들림이 일었다.
하지만 대부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중턱을 지나 두 갈래 길에
다다랐을 때
주위의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마치 사시나무인 양
우스스 떨었다.
그러나 대부분 말없이
그저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두 갈래 길을 지나
드디어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점에서
죽은 지 몇 년은 더 된 썩은 나뭇가지의
까마귀 떼가 울음소리를 내었을 때에는
모두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귀를 먹먹히 막고,
그저 정상을 향해서만 나아갔다.
드디어 길고 긴 산행길을 마치며
오지 못할까 두려웠던 정상에 발을
내딛었을 땐,
그땐, 이미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도, 새도, 풀도, 꽃도 심지어 그렇게 작렬하던 태양까지.
되뇌어본다
중턱에서의 흔들림, 두 갈래 길에서의 떨림,
썩은 나무 까마귀 떼의 울음소리.
이제서야 떠오른다
무겁게 출발한 나의 큰 배낭이 가벼워진 것을
그것들이 산의 울부짖음이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