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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나무가 주는 희망
  • 입상자명 : 송상훈
  • 입상회차 : 11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지난봄, 서울에서 수술을 받고 오신 아빠는 한동안 몸이 완쾌되지 않으셨다. 날마다 약을 한 줌씩 드시고 얼굴도 핼쑥하셨다.
“아빠, 뒷산 약수터로 운동 가요.”
“이젠 날씨도 한결 풀렸구나. 곧 봄인데 나는 언제 건강을 되찾을지…….”
“아빠, 곧 괜찮아질 거예요. 힘내세요.”
나는 일부러 명랑한 소리를 내며 아빠의 팔짱에 힘을 넣었다.
한참 걸어 올라가다가 약수터 근처에서 동그랗게 고개를 내민 도토리 한 개를 보았다. 나는 주우려다가 그만 손을 멈추었다. 그건 도토리에서 새싹이 얼굴을 쏘-옥 내밀고 있었다. 내 새끼손가락만큼 자란 나무에서 여린 새싹이 돋아난 것이었다.
“아빠, 이거 집에 가서 키울래요?”
“산에 그냥 두자. 집에 가져가면 죽을지도 몰라.”
“제가 날마다 물도 주고 잘 보살필게요.”
“작년 여름 이 계곡의 일 생각나니? 가재가 너무 귀엽다며 잡아갔잖아.”
지난여름이 떠올랐다. 뒷걸음치는 가재가 신기해서 집에 잡아 갔다. 항아리에 돌도 넣고 모래도 넣어 집도 만들어 주었다. 항아리에 들어간 가재는 숨기에 바빠 금세 돌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몇 번이고 들여다보아도 계속 숨바꼭질만 했다. 난 술래가 되어 돌을 들어 가재를 찾기도 했다.
‘내일 친구들에게 막 자랑해야지. 아마 모두 놀라며 날 부러워할 거야.’
난 흥분이 되어 내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의 들뜬 마음은 곧 슬픔이 되었다. 그 다음날 가재 다섯 마리가 모두 죽은 채 발견되었다.
내가 편안하게 잠을 쿨쿨 잘 때 가재는 그 어두운 항아리 안을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쳤겠지. 마른 바닥에 물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 말라 죽었다.
나는 가재에게 정말 미안했다. 아마 산에서 잡아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곡에서 잘 살고 있겠지.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과 살고, 아기도토리는 이 숲에서 숲의 나무들과 함께 살고 싶단다. 새들은 하늘을 훨훨 날면서 살고,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겠지?”
“네, 아빠!”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는 그들의 자리가 있는 거란다. 나무도, 꽃도, 풀 한 포기도, 새 한 마리도, 물고기 한 마리도, 돌 한 개도……. 그들이 모두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갈 때 이 지구는 지금의 푸름을 유지할 거야.”
“예~~ 아빠 잘 알겠어요!”
“상훈아, 아빠도 빨리 나아서 너희들이랑 오래토록 행복하게 살고 싶구나. 병원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는지 너는 모를 거다. 단 하루를 살아도 우리 집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생활이 정말 행복이야. 그래서 아빠는 치료도 잘 받고 약도 잘 먹으며 건강을 되찾으려고 무척 노력했단다.”
“저도 아빠가 얼른 건강을 회복하셔서 예전처럼 지리산 등산도 가고 공원으로 자전거도 타러 가고 농구도 하고 싶어요.”
“아기나무는 숲에 그대로 두고 가자."
아빠는 한결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내려올 때는 발걸음이 빨라지셨다.
아빠는 날마다 뒷산 약수터를 오르내리셨다. 아기나무가 얼마나 자라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고 한다. 방학 첫 토요일에 아빠랑 뒷산에 올랐다. 아기나무는 키가 20센티쯤 제법 자랐고 나뭇잎도 몇 개나 달렸고 다른 가지도 나왔다.
“와~아빠 정말 신기해요.”
“그럼, 자연의 품은 모든 생명을 자라게 하고 말없이 키우지. 아빠 건강도 자연 속에서 점점점 좋아지고 있단다.”
나는 아빠가 아기나무를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다졌고 우리 남매를 생각하며 건강을 되찾으신 걸 알게 되었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큰일을 하게 되는 거다. 우리 아빠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주고, 나에게는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주고, 숲의 가족들에게는 집이 되고 터전이 되고, 큰 숲의 주인공이 되는 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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