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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팔방미인과의 데이트
  • 입상자명 : 현 상 희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 내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인 18세 학생이 되었다. 공부에 절여질 때로 절여지고 주변의 압박으로 인해 자연에서 마음껏 뒹굴고 즐기는 신선놀음은 할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자유가 주어졌다. 그건 바로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한 여름방학이었다. 여름방학을 맞게 되어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연의 도시, 제주도를 여행하게 되었다. 제주공항에 내려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는 순간, 나는 천국인 줄 알았다. 찌는 듯한 더위였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상큼했다. 제주도의 산림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여전한 풀잎의 색, 찬란한 태양의 눈부심, 땅들이 내뿜는 이글이글한 눈의 매력, 운이 좋았는지 한라산의 선명한 모습, 모두 그대로이다. 도둑들은 매일 도둑질을 해도 이런 자연을 가져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첫째날은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끝을 맺었다. 둘째날, 오늘은 제주도의 볼거리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오름’이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오름이란 곳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그마가 땅에서 흘러들어가 다른 분화구로 이루어지는 큰화산의 옆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을 말한다. 오름은 이런 기생화산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크지는 않다. 마치 어릴 적 보았던 꼬꼬마 텔레토비의 봉우리보다 조금 큰 편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오름에서의 즐거움을 말하겠다. 오름의 장관 중 하나는 풀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멀리서 오름을 보게 되면 오름이 정말 춤을 잘 춘다. 그야말로 예술이다. 넘실넘실 대는 모습과 살랑살랑거리는 부드러운 손짓. 그 유혹에 이기지 못한 나는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길이 없어 좁은 한 줄의 길로 조심조심 올랐다. 경사가 너무 가파른지라 뒤를 돌아보면 굴러버릴까 하는 걱정에 온몸을 긴장한 상태에서 걸었다. 나는 워낙 겁이 많아 가는 도중 겨우 땅에 옹기종기 모인 풀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이름 모를 꽃이 나에게 참 매력적으로 보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아파트에 여러 사람이 다닥다닥 살고 있는 듯한 생각을 하게 하여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구경을 하는 도중 오름에 관한 것을 전문으로 공부하신 선생님께서 어떤 작은 풀을 보라고 하셨다. 풀이 다 비슷하게 생겨서 별 집중을 하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그 풀이 연고를 만들 때 쓰는 풀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연고 케이스에서 많이 본 듯한 풀잎이 문득 생각났다. 나는 너무 신기하고 재미가 있어 그 풀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오르는 도중 운동 부족인 탓일까? 오름 오르는 게 정말 힘들었다. 나는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이런 과정을 연거푸 반복했다. 그렇지만 평소보다는 덜 힘들었다. 그건 바로 제주도의 사랑스런 바람 덕택이었던 것 같다. 오름 중간에 앉아 제주의 바람을 맞는데 선풍기의 자연풍과는 다른 상쾌함! 자연은 제 아무리 똑똑하고 지혜로워도 인간의 힘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정상에 다다랐다.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바람은 아낌없이 불어주고 꽃과 풀들은 쉴 새 없이 춤을 추어 줬다. 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말들과 제주의 자연은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나는 얼른 사진기를 꺼내 이곳 저곳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오름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경사가 너무 가파르게 되어 있어 그런지 휘청휘청 정말 위험했다. 내려가는 도중 억센 풀에 긁히기도 하고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오름을 다 내려왔을 때의 기쁨! 두 말하면 잔소리, 최고였다. 이렇게 오름 등산을 마치고 관광차로 향하던 중 오름 전문가 선생님께서 약간의 슬픔이 섞인 말투로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한라산의 모습이 빼곡하게 다 보였는데 이제는 다 보이지가 않아 아쉽다.”라고. 나는 의아해서 이렇게 맑은 하늘에 저 정도 한라산이 보이는 것이 최고지 더 무얼 바라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했다. “예전에는 항상 맑고 한라산이 다 보였었나요?”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안타깝다는 말투로 본인이 어릴 적엔 항상 하늘은 손을 감히 뻗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있었는데 지금의 하늘은 많이 탁해졌다고 하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라산의 모습은 언제나 고개를 돌리면 다 볼 수 있는 곳이었으나, 이제는 그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하셨다. 눈 한 번 찡긋하고는 한라산의 신비주의를 이해해 주기로 했다. 이렇듯 제주도의 자연이 훼손된 원인은 자동차와 에어컨,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이용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의 편안함과 행복 뒤에는 불행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아쉬움을 남긴 오름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었다. 제주도에서의 낙원 같던 하루하루가 눈앞에 흘러흘러 지나갔다. 이번 여행은 유독 나에게 더욱 기억이 많이 남는 추억이었다. 아마 그 이유는 내년이면 전국 고등학생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고3이 되니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 여행이라서 그런가보다. 제주도는 자연의 보고! 잊지 못할 팔방미인과의 진한 데이트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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