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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토요 휴업일의 나
  • 입상자명 : 김 민 정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할일 없는 토요 휴업일 아침, 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거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런데 보고 있던 텔레비전에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산의 푸르른 나무들, 맑은 계곡이 화면에 나왔다.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아빠가 제일 먼저 입을 여셨다. “할일 없는 놀토인데 성거산에 등산이나 갈까?”
우리는 모두 숙제도 없고 할일도 없는 상태에서 황금 같은, 아니, 컬러다이아몬드 같은 노는 토요일을 보내기 싫어서 아빠한테 어디로 가자고 할까, 궁리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한번에 “좋은 생각이에요! 얼른 짐 챙겨서 등산하러 가요!”라고 외쳤다.
엄마는 옆에서, 흐르는 계곡물을 등지고 먹을 김밥을 준비하시고, 우리는 등산에 필요한 커다란 물, 과자 등을 사러 슈퍼에 갔다. 물론 아빠도 같이 갔는데 너무 많이 산 것 같아서 내 과자를 슬쩍 뺐다. 그런데 들켜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들뜬 마음으로 산에 척 발걸음을 내딛은 지 10여 분 만에 우리 가족은 일제히 인상을 찌푸렸다. 그 이유인즉, 산에 쓰레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근데 보통 쓰레기면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인데 다른 쓰레기는 하나도 없고 술병만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소주병, 맥주병 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양새가 꼭 ‘술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온 것 같았다. 정말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우리는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곳에서 오래 있다가 좋았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정말 그 술병들만 빼면 깨끗한 낙엽길이었는데,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놓았다. 그런데 그 술병 낙엽길 빼고는 정말로 아름다운 성거산이었다. 그 산을 떠나면서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엄마는
“아, 아깝다. 저 술병들 다 팔면 돈이 얼말까? 너희들 두 달 용돈은 족히 될 것 같은데…?”
아빠는 “애들 용돈을 그렇게 조금 줘? 그나저나 저 병들이 자연 상태로 되는 데 꽤 오래 걸릴 텐데… 휴우.” 하고 한숨을 쉬셨다. 정말로 그 술병들을 주워다 팔면 동전이 1리터짜리 물통 하나 가득 찰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돼지 저금통의 밥을 그 돼지가 거부할 때까지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경제적 여유까지 생기는 행위를 왜 안 할까? 돈이 없어서 쩔쩔매면서 왜 환경도 살리고 자신의 주머니 사정도 살리는 행위를 안하는 것일까? 그 술병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낙엽길을 걸을 때만큼 기분이 불쾌한 적은 없었다. 정말로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인가보다. 모두 이렇게 해놓은 사람만 욕할 뿐 자신이 치우려 들지는 않는다. 정말 싫다. 우리 가족은 다음에 오면 더욱 더러워져 있을 것 같아서 각자의 배낭에 소주병, 맥주병들을 모두 넣어도 부족해서 손으로 집어갔다. 내 둘째동생은 손까지 베었다. 정말 안쓰러웠다. 술을 좋아하는 한 사람 때문에 내 동생은 손을 베었다. 그리고 우리는 등산하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 정말 불쾌한 등산이었다.
그로부터 한참 후 우리는 또 성거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그다지 기대도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번에 간 후로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번에는 더러웠던 낙엽길이 이번에는 달랐다. 깨끗했다. 나는 정말 깊이 깨달았다. 조그만 것이라도 실천하면 다른 사람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정말 깊이 깨달았다. 우리는 조그만 상처를 입었지만 어린 아이가 산에 와서 그렇게 더러운 모습을 보면 마음에 아주 커다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정말 잘 한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엄마가 “어머, 정말 깨끗해졌네? 정말 보기 좋다… 우리가 조그만 실천을 해서 그런 거야. 우리 수정이가 손을 벤 덕에 이렇게 보기 좋은 낙엽길이 만들어진 거야. 우리 이번에도 쓰레기를 주워 가자.”
아직 쓰레기가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열심히 낙엽을 뒤지며 쓰레기를 주웠다. 너무 상쾌했다. 그런데 그 날은 등산을 하지 못했다. 등산이 아니라 쓰레기를 주웠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놀토에 그런 봉사활동을 하다니…. 어차피 학교에서 인정도 해주지 않는 그런 봉사활동을 왜 하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좋았다. 나와 나의 가족들 덕분에 이렇게 깨끗하게 된 길을 걷는 것은 너무 좋았다. 다음에 한 번 더 오면 한번 더 해보려 한다. 정말 기분이 좋다. 우리 가족이 치운 길을 걷는 사람들이 기분 좋아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렇게 우리 가족이 치운 것 때문에 환경의 주름살이 조금 펴졌다고 생각하니 내 허리가 아픈 것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정말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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