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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친구를 떠났다!
  • 입상자명 : 동혜윤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친구를 떠났다! 태어나서 한 번도 그의 곁을 떠나 본 적이 없는데 18년이라는 세월을 뒤로하고 마침내 그와 이별을 하였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든 추억과 지내온 시간의 한가운데는 그가 있었던 것 같다. 아빠 품에 안겨서 때로는 엄마의 등에 업혀서 오르내리던 그 공원 그 숲길! 이 세상에 첫걸음을 떼고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위태위태한 걸음을 옮겼던 그 오솔길! 유치원을 다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첫 소풍지는 내 친구였다. 그때 처음으로 만져 보았던 나뭇잎과 흙의 감촉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소리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굴러다니는 솔방울 하나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었고 돌멩이 하나, 이름 모를 곤충만으로도 즐거웠다. 내가 찾아갈 때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내 친구는 마치 요술쟁이처럼 나에게 늘 새로운 것을 보여 주었고 나는 이런 친구가 너무 좋았다. 그렇다! 나와 18년을 함께했던 친구는 바로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숲이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우리 집 근처에는 작은 공원을 낀 숲이 있었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태어나서 걸음도 떼기 전부터 산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나는 숲을 자주 찾아갔다. 아니 어쩌면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를 통해 나는 숲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숲과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숲은 내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거기에 있었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는 순간 숲도 같이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와 같이 태어난 숲은 내가 자라면서 생각과 외모가 변해 가듯 변해 갔다. 포장이 전혀 안 된 흙길 진입로가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길로 바뀌었고 숲 곳곳에 운동기구를 갖춘 체육시설이 생겨났으며 숲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거라며 조각상들이 곳곳에 세워졌다. 나는 가끔 친구를 찾아갔을 때 묻곤 했다. “넌 바뀐 모습이 마음에 드니?” 내가 점점 변하는 내 모습이 혼란스러웠듯이 내 친구도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꾸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은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친구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거기 있어 주었다. 그래서 꼭 소풍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특별히 운동 혹은 등산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나는 시간이 날 때면 자주 친구를 찾아가곤 했다. 특히 사춘기 때는 유일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였기에 힘들 때마다 숲을 찾았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고 지금 현실이 숨 막힐 듯 답답하게 느껴지다가도 친구를 찾아 숲에 들어서면 새로운 기운이 내 몸 전체를 감싸는 것 같고 말없이 나무만 바라보다가 와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 나는 어쩌면 내 친구 품에 몰래 희망의 씨앗을 심고 왔는지도 모른다. 그 씨앗이 햇살과 빗물과 더불어 싹을 틔우길 바라면서. 그렇게 나는 친구와 자랐다. 자라면서 나는 무엇보다 그를 닮고 싶었다. 특히 비바람이 몰아쳤거나 폭풍우가 온 뒤에는 꼭 숲을 찾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친구의 한결같은 모습에 감동하곤 했다. 밤새 그렇게 몰아쳤던 비바람 앞에 당당히 맞선 친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더욱 푸른 모습으로 따뜻한 햇살을 비추며 나를 반겨 주었다. 그때마다 조그마한 어려움에도 흔들리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 비해서 정말 보잘 것 없는데도 늘 같은 모습으로 위로해 주고 보듬어 주는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특히 잊을 수 없었던 것은 그 어느 겨울날, 나는 친구와 정말 하나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그날을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은 저녁부터 내린 눈으로 제법 길 위에도 눈이 많이 쌓였었다. 그날 새벽 내가 왜 친구를 찾아갔는지는 모르겠다. 밤새 내린 눈에 친구가 걱정되었던 것일까? 어쨌든 나는 유달리 일찍 눈을 떴고 아직은 조금씩 내리는 눈을 맞으며 친구를 찾아갔다. 길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다니는 차도 없었다. 발목 위를 오는 눈을 밟으며 드디어 친구에게 가는 첫 숲길에 이르렀을 때 주위는 달 하나만이 하늘에 떠 있고 살아 움직이는 것은 나 혼자였다. 숲 속 길을 들어서는 곳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내 무릎 위까지 덮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눈을 헤치며 숲의 한가운데 들어선 그 순간! 정말 나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나에게, 나는 친구에게 다가가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그 순간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어떤 말로 표현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고 이후 그를 떠난 적이 없다. 그런 친구를 떠났다! 집이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별이 믿기 힘들었다. ‘이제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하나?’ 마음 한구석 텅 빈 허전함을 어디서 채워야 할지 몰랐다. 이제 혼자라는 외로움에 힘든 시간이었다. 물론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도 숲이 있었다. 우리 아파트는 산을 끼고 위치한 곳이라 2동이 끝나는 길을 따라 가면 숲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 숲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 숲은 내 친구가 아니니까. 그러던 어느 주말 새벽, 일찍 눈을 뜬 나는 엄마가 말씀하신 새로 이사한 아파트 뒤 숲을 찾아갔다. 그날 역시 달빛만이 나를 비추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숲으로 들어서는 오르막길에서 숨을 고르며 위를 쳐다보았다. 아! 거기에 내 친구가 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잊고 있었다. 나와 친구는 하나라는 것을. 그리고 어느 숲을 찾아가든 거기에는 내 친구가 있다는 것을. 새로 찾아간 숲에서 나는 다시 새로운 추억을 쌓아 가고 삶의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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