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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숲은 나의 졸업앨범이다
  • 입상자명 : 오승원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의 중학교 시절은 정말 즐거웠다. 중학교 때 나는 매사를 열심히, 또 즐겁게 하려 했고, 실제로 즐거운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중학교 시절을 떠올릴 때, 특히 친구들과 어딘가를 갔던 기억, 재미있었단 기억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풀빛 배경이 펼쳐진다. 다른 추억들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숲에 갔던 일들은 유독 즐겁게 기억된다. 즐거웠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릴 때면 왜 늘 숲이 떠오르는 것일까? 내가 다닌 중학교 근처에는 작은 시내와 숲이 있었다. 걸어서 이십 분 정도를 가면 양재천이라는 시내와 양재 시민의 숲, 그리고 서초 문화 예술 공원이라는 공원이 나왔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인지 중학교 3년 동안 체험 활동이 있으면 장소는 언제나 그 근처였다. 아침마다 모이는 장소는 영동1교. 1학년 때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 해, 그 다음 해 그리고 그 다음 다음 해에도 자주 가다 보니 나중에는 체험 활동 장소가 어딘지 선생님께 굳이 여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갈 때마다, 그곳은 갈 때 마다 참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를 떠올릴 때면 숲이 함께 생각나는 것이다.. 내 중학교 때의 숲에 관한 한 가지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중학교 1학년 때 우리는 학교 밖에서 하는 체험 활동으로 환경 정화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 봉사 활동 역시 영동1교와 그 근처에는 이루어졌는데, 아마도 이때가 내가 처음으로 아침 8시에 ‘영동1교’에 간 날이었을 것이다. ‘환경 정화 봉사 활동’이라는 이름만 듣고 나는 사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만 줍는 일일 것이고,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우리가 다닐 길 양옆에는 나무와 풀, 꽃이 정말 많이 있었다. 우리의 키 정도 되는 식물들이 장막처럼 둘러싸고, 이것을 따라 길이 나 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 다니고, 또 풀밭을 더럽히는 쓰레기를 줍는 것은 예상보다 무척 재밌는 일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봄, 아마도 중간고사를 보고 얼마 후였던 것 같다. 사생대회가 있었고, 장소는 양재 시민의 숲이었다. 나와 친구들에게 사생대회는 그림 그리기를 가장한 ‘소풍’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그보다도 학교를 벗어나 숲 속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했다. 게다가 도시락까지 싸가는 완벽한 소풍날! 우리는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스케치북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내내 떠들고 놀기만 할 것만 같았던 우리가 막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진지하게 각자의 그림에 집중해 무척 조용했다는 것이다.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숲이 뿜어내는 신록의 아름다움을 붓으로 옮겨 그리는 데 빠져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림이라고는 학교 미술 시간에 배우고, 끽해야 어렸을 적에 동네 미술 학원 조금 다닌 것이 끝인 중학생들의 그림이 썩 훌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못 그리는지보다 우리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초록빛깔의 숲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에 몰두했을 뿐이었다. 삼 년간 정이 든 학교에서의 마지막 해, 그리고 모두가 고등학교 진학을 놓고 한 번씩은 고민하고 착잡해했던 3학년 때도 숲은 즐거운 기억을 남겨 주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는 졸업 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역시 그 숲에서 찍었다. 반 친구들과 함께, 어떤 포즈와 구도로 단체 사진을 찍을까 이야기하고 고민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졸업 사진은 나중에 보더라도 재미있게 찍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서로 제안하고, 그 모습을 보며 서로 웃음을 터뜨렸다. 또, 포즈를 정하고도 막상 사진기 앞에 서니 모두들 쑥스러워 서로의 얼굴만 보며 웃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날 숲에서 찍은 사진은 나의 중학교 시절의 끝을 담아 놓은 졸업 앨범에 남아 있다. 즐거웠던 중학교 시절, 그리고 친구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다 보면 언제나 숲이 떠오른다. 그래서 숲에는 나의 중학교 시절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숲에서의 내 학창 시절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네 개의 담장 중 한쪽 면이 바로 산이다. 우리 학교는 종여울산이라는 자그마한 산과 담장을 맞대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 학교는 환승까지 가능한, 무척 혼잡한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는 학교 같지 않게 공기가 맑다. 또, 바로 근처에 있는 숲 덕분인지 아침 등굣길에 교문까지 걸어 올라가다 보면 혼잡한 도시 같지 않게 풀 내음이 난다. 얼마 전에는 하굣길에 교문 앞에서 친구와 함께 청설모를 보기도 했다. 까맣고 조그만 청설모가 포슬포슬한 꼬리를 세우고 총총 뛰어가는 모습을 도시 한복판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모두 숲이, 산이 내 옆으로 성큼 오지 않았다면 내가 갖지 못했을 경험들이다. 또 우리 학교에는 담장 안에도 작은 숲이 있다. 우리 학교는 ㄷ자 구조로 생겼고, 바로 그 ㄷ자 안쪽의 공간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있다. 크기는 작지만 정말 있을 것은 다 있는, 실속 있는 작은 숲이다. 다양한 나무와 풀, 꽃, 연못과 물레방아는 물론이고 덩굴로 덮인 나무 그늘과 그 밑에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벤치들까지 줄지어 있다. 4교시 동안 수업에 지쳐 있던 상태에서 점심시간에 초록색으로 가득한 정원을 보면,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정말 즐겁다. 특히 벤치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학교 안에 작은 숲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늑하고 좋은지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 역시 숲과 함께 기록되고 있다. 중학교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볼 때면 늘 숲이 자연스레 떠오르듯이,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 내가 고등학교 때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숲이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숲은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나의 또 다른 졸업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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