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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몽유와 참나무 그리고 할머니
  • 입상자명 : 최재호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자줏빛 낮달이 한낮을 달달하게 물들어 갈 즈음이면 긴 하품처럼 늘어지는 꿈결 속에 생장점이 만개한다. 봉오리 가득 신록을 머금은 푸른 숲 수목장 중턱 위 무성히 속살대는 참나무 한 그루가 태양을 한 움큼 빨아 당긴다. 70년 생애를 뿌리 내린 가지 끝으로 투명한 빛살을 이식 받아 곱게 머리 빗는 참나무 할머니 가녀린 뼈를 품고 자라 푸르른 잎사귀를 햇살 아래 펼쳐 말리고, 저녁이 꽃무늬 휘파람을 부는 밤이면 초록색 수의 입은 할머니 내 머리맡 위로 맑은 그늘을 뻗는다. 온몸을 우수수 흔들며 잠결에도 차분히 쉬쉬 하는 목소리가 그 옛날 들었던 따스한 자장가같이 귓바퀴로 흘러 들어오는 저물녘 어둠이 깊어질수록 내 바람벽 같은 참나무 아래 나는 둥글게 쪽진 가지 이불을 덮으며 할머니 그림자를 베고 한쪽 귀를 쫑긋 연다. 할머니 가르릉 마른 숨 같이 공중으로 흐리게 떠가는 목피가 한 꺼풀씩 바람을 흘려보낼 때마다 참나무는 기다렸다는 듯 졸음이 몰려오는 내 귀와 눈으로 꽃잎보다 더 새하얀 잠을 다독인다. 하얀 눈물 같은 열매로 새로 태어난 할머니, 이 가녀린 참나무가 얼마만큼 굵어져야 할머니 목소리가 눈앞에서 서성일 수 있을까 참나무 그늘 아래 잠을 청하다가 바람 터는 소리 듣는다. 그리움으로 나무 되신 할머니 아래 내내 환한 베개가 되어줄, 녹음이 저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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