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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밤 따러 가자
  • 입상자명 : 이 수 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가을이 되면 외할머니댁 근처의 산에 올라가서 밤을 딴다.
외할머니께서,
“올해는 작년보다 밤이 더 토실토실 알이 굵게 영글어야 하는데….” 하시며 산에 오르실 때마다 튼튼한 밤나무들을 한번씩 쓰다듬어 주신다고 한다.
우리가 밤 따러 오기를 기다리시며….
산자락의 나뭇잎들이 가을이 되어 울긋불긋 물이 들고, 어느새 외할머니께서 산책을 하며 오르내리신 산 속의 밤나무에도 밤송이들이 다닥다닥, 마치 고슴도치들이 엉덩이를 보이며 모여 있는 것처럼 밤나뭇잎 사이에서,
‘아, 부끄러워라.’하며 숨어 있다.
“우리 예쁜 강아지들 이번 주에 할머니 집 와서 밤 따자.” 하시며 외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신다.
그럴 때면 나와 언니에게는 아빠와 엄마와 함께 할머니댁에 가서 밤 따러 산에 올라가는 날이 잔뜩 기대가 되고 기다려진다.
외할머니댁에서 아침 일찍 밤을 따러 산에 올랐다.
구불구불 산길을 걸어 오른 산에는 밤나무에 밤이 주렁주렁.
밤나무 주위에 우리가 밟는 나뭇잎 소리가 사각사각.
잘 영근 가을이 깊어 가는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아빠와 외삼촌이 긴 장대로 밤나무를 툭툭 칠 적마다 밤송이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앗! 따거워.”
“잠깐! 잠깐만! 앗! 따겁다니까!”
엄마는 삐죽삐죽 가시를 세운 밤송이들이 우르르 쏟아져내릴 때 마다 혹시라도 성난 밤송이 가시에 찔릴까 무서워 일부러 엄마 쪽에 장난치며 긴 장대로 밤송이를 터는 아빠를 향해 눈을 흘기셨다.
바닥에 떨어진 밤송이를 할머니와 엄마, 언니와 내가 두 발로 요리조리 건드려 고슴도치 옷 속 같은 밤송이에서 토실토실 잘 영근 밤알을 꺼냈다.
“조심해요, 조심. 밤 가시에 찔릴라.”
할머니와 엄마는 고사리 같은 언니와 내 손이 찔릴까 노심초사 걱정을 하시며 안절부절 못하셨다.
그럴 때면 언니와 나는, “괜찮아요.”하며 성난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쭉쭉 솟아 있는 밤송이 속에서 밤알을 꺼내며 재미있어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따니 어느새 우리가 가지고 온 자루 속에 밤이 가득가득.
“이제 내려가자.”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시면, “밤나무에 아직도 밤이 주렁주렁 많은데 조금만 더 따가요.”
나와 언니가 더 따자고 조르면,
“다른 사람도 따야지. 이렇게 잘 영근 밤을 우리만 따가면 밤나무가 혼을 내준단다. 여기 밤나무들을 보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란다.”
우리 외할머니 인심도 참 좋으시다.
나는 이곳의 밤을 먼저 보면 따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생각을 해주시다니….
외할머니댁 산에서 따온 밤의 맛을 보았다.
생밤이 달달하니 아작아작 참 맛있었다.
오도독 오도독 깨물어 먹으니 할머니께서
“삶아서 먹어보자 맛있나 맛없나.” 하시며 큰 솥에 밤을 삶아 주셨다.
밤 삶는 시간은 참을 수 없었지만, 다 삶아진 밤을 먹어보니 기다린 보람 못지않게 삶은 밤의 맛도 짱! 이었다.
또 밤을 먹으며 외할머니와 우리 가족은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산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주는 것 같다.
나무가 주는 좋은 공기와 편안한 안식처, 또 우리 할머니의 건강을 지켜주는 등산로의 산책, 구불구불 산길을 오를 땐 무척 힘이 들지만 산 속의 새들이 멋진 노래를 들려주어 힘든 생각을 없애주기도 한다.
또 이렇게 밤나무에 밤을 주렁주렁 열리게 도와주어 우리의 입을 즐겁게도 만들어주고 밤을 따며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혹시 뱀이 나오면 어쩌지?
산 속에 혹시 먼 옛날처럼 호랑이는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무서운 것보다 좋은 점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밤나무가 쑥쑥 자라서 내게 밤을 선물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올해는 아직 외할머니와 산에 올라가서 밤을 따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산 속에서 나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밤이 토실토실 밤송이 속에서 무럭무럭 잘 영글어 가고 있을 것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피어오르고 가을이 익어가면 또 가서 아빠와 외삼촌과 함께 잘 영근 밤을 많이 따와야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얌체처럼 혼자 먹지 말고 우리 반 선생님과 친구들과 같이 나누어 먹어야겠다.
“아이, 그런데 언제쯤 밤이 다 영글까?”
어서 빨리 밤 따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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