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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 함박꽃나무와 함께하는 숲 여행
  • 작성일2004-09-06
  • 작성자 /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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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밤새 조용했던 국립수목원에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다정한 커플 한 쌍이 수목원 첫 방문객이네요. 오늘 하루도 예감이 좋습니다.
아, 저는 누구냐고요? 2004년 6월의 나무로 뽑힌 \\\'함박꽃나무\\\'랍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하얀색 수수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죠. 선조들은 제 꽃을 \\\'천녀화(天女花)\\\'라고 불렀다나요?
수줍음이 많아 꽃을 피울 땐 땅 아래를 본답니다. 그런 제가 오늘은 용기 내 수목원 얘기를 들려드릴까하는데, 들어 보실래요?
다 아시겠지만 이곳은 국내 최고의 숲을 자랑한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도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지켜진 것은 세조대왕릉 주위 산림으로 500년 동안 엄격히 보호돼 왔기 때문이죠.1987년 광릉 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고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지정됐죠.
역사 얘긴 지루하시다고요? 그럼 지금부터는 저를 따라 수목원 구경해 보세요. 원하시는 곳부터 보셔도 되지만 감탄을 아끼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근사한 이곳의 숲, 여러 식물원 등과 함께 보다 알찬 시간을 보내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아차, 5일 전 예약은 필수라는 것 아시죠? 수목원에 있는 저를 포함한 제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에 5000분만 들어오실 수 있거든요.
오전에 도착하시면 숲생태관찰로나 동물원 가는 길로 오세요. 수목원 어디든 좋지만 이곳이 키 크고 늘씬늘씬한 몸짱 나무들이 사이좋게 골고루 뿌리내려 살고 있어 삼림욕에 그만인 곳이랍니다. 삼림욕은 다 아시죠?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통해 생체리듬을 찾는 민간요법이지요.6∼8월 오전 10∼12시가 최적의 시간이랍니다. 땀 흡수가 잘되는 간편한 복장을 입고 오세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시면서 걸으셔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두손 꼬옥 잡고 거닐어도 행복합니다. 재미있는 일은 없냐고요? 숲해설가 언니, 오빠와 동행해 보세요. 저희 나무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되면 그저 똑같아만 보이던 친구들이 의미있게 다가오거든요.
\\\'앉은부채\\\'라는 친구가 곰의 변비약이라는 얘기, 알고 계셨나요? 버드나무가 아스피린의 재료라는 건요? 제가 다 얘기해 드리면 재미없으니까 직접 오셔서 들으세요. 정문에서 신청하신 다음 오전에는 10·11시, 오후에는 2·3시에 입구에서 기다리시면 돼요.
오전에 삼림욕 흠뻑 하시고 나면 슬슬 배가 고프시겠죠? 생태관찰로 근처에 마련된 휴게소에서 준비해 오신 도시락을 맛있게 드세요. 숲속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맞고 새소리 들으며 즐기는 도시락, 생각만 해도 꿀맛이겠죠?
해가 중천에 뜨면 아무래도 덥지요. 소화는 시켜야겠고, 이럴 땐 산림 박물관에 들러보세요. 겉은 화강암으로 돼 있지만 안은 낙엽송과 잣나무로 만들어졌답니다.
테마별로 크게 5개 전시실이 마련돼 있고 시청각실에서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어요. 바로 옆에 있는 난대식물원에도 들러보세요. 안이 좀 덥긴 하지만 커피나무, 월계수 등 흔히 볼 수 없는 더운 지방의 나무 친구들이 많거든요.
아름다운 곳에 오셨는데 연인끼리는 \\\'나 잡아봐라∼\\\'도 해보셔야 되고 친구끼리는 그럴싸한 혹은 엽기적인 \\\'폼\\\'도 잡아보셔야죠. 수생식물원으로 가보세요. 각시수련, 가시연꽃 등 예쁜 친구들이 물에 둥둥 떠 있답니다. 근처에는 팔각정도 있죠. 분위기 짱! 사진 찍기에 참 좋아요. 바로 옆에는 손으로 보는 식물원도 있답니다. 앞을 못 보시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곳인데 생강나무에서 정말 생강냄새가 나는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넓긴 하지만 하루만에 다 못 볼 정도는 아니니까 시간에 쫓기지 마시고 천천히 쉬엄쉬엄 둘러보세요. 곳곳에 제 친구들이 만드는 숲 그늘은 기본이고 의자도 마련돼 있지요. 시원한 마실 물도 준비해 두었고요.
전 어디에 있냐고요? 팔각정 근처 화목원에 꽃을 활짝 피운 채 서 있지요. 국립수목원에 오시면 제 얼굴도 보러 와 주실 거죠?
제 전화번호는 (031)540-2000입니다.5일 전에 전화하셔야 되지만 6월부터는 예약인원이 미달됐을 땐 하루 전에도 예약이 가능하니 일단 전화 한번 해보세요.

< 서울신문/나길회 기자 kkirina@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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